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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드라마 '탁류'의 조선시대 '부당한 세금' 이야기, 오늘 우리의 삶에 비추다.

by content8600 2025. 10. 12.

 

드라마 탁류 속에는 낯설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급행세, 횃불세, 간택세, 홍수세, 기찰세, 상하역세입니다. 얼핏 들으면 특정 시대에만 존재했던 구시대의 제도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조선시대 경강에서 실제로 노동자들에게 부과되었던 이 세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급행세 – ‘빨리 해주려면 돈 더 내라’

조선시대의 급행세는 말 그대로 일을 빨리 처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걷는 돈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배가 도착했을 때 짐을 신속히 내려야 한다는 이유로 추가 비용을 부과한 것이지요. 효율을 위한 합리적 장치처럼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폭력 집단(알패)**이 개입해 강제로 뜯어내는 착취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이와 비슷한 구조가 존재합니다.

  • 관공서나 기업에서 “빠른 서비스, 신속 처리”라는 명목으로 별도 수수료를 받는 경우
  • 택배나 배달 서비스에서 기본 요금은 그대로 두고 ‘당일 배송’, ‘번개 배송’ 같은 이름으로 더 높은 비용을 소비자와 기사 모두에게 부담시키는 구조
  • 병원·관공서·교육기관 등에서 ‘빠른 순번’, ‘우선 접수’를 빙자해 사실상 돈을 내야만 속도를 보장하는 서비스

급행세의 본질은 ‘시간을 돈으로 사고판다’는 구조 속에서 약자의 부담이 더 커지는 데 있습니다. 빨리 처리해 달라는 요구가 늘어나면, 실제 현장에서 뛰는 노동자들은 더 빡빡한 일정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됩니다. 결국 효율성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소비되지만, 고통은 다수의 노동자가 떠안게 되는 셈입니다.


2. 횃불세 – ‘어두우니까 네가 돈 내라’

횃불세는 밤에 짐을 내릴 때 불을 켜야 한다는 이유로 추가 비용을 부과한 세금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불빛은 노동자에게 꼭 필요했습니다. 더 힘든 조건에서 일을 해야 했으니 당연히 임금이 더 지급돼야 했죠. 그런데 권력은 오히려 그 어둠을 핑계 삼아 비용을 떠넘겼습니다.

현대판 ‘횃불세’는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 야간근무, 특수 환경에서의 작업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회사
  • 플랫폼 노동자(배달,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들이 심야 시간에 더 위험하게 일하면서도 오히려 보험료, 안전 장비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현실
  •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전가되는 각종 서비스 비용(예: 야간 콜택시 할증은 기사가 아닌 승객에게 전가되지만, 정작 기사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구조)

횃불세의 핵심은 “더 힘든 조건에서 일하는데, 왜 오히려 네가 돈을 내야 하느냐”라는 모순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노동자나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되는 비용 구조가 존재합니다.


3. 간택세 – ‘일하려면 돈 내라’

간택세는 일을 하기 위해 내야 하는 돈, 다시 말해 일감을 받기 위해 노동자 스스로 부담해야 했던 비용입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 일자리를 주겠다’는 명목으로 강제로 걷은 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구조가 조금 더 교묘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 계약직·프리랜서들이 일을 따내기 위해 ‘자격증 시험 비용’, ‘프로젝트 입찰비’, ‘사전 준비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
  • 청년들이 인턴십이나 공채를 준비하며 들이는 막대한 스펙 비용(학원비, 어학 점수, 자격증 등)
  • 심지어 일부 업계에서는 “일을 하기 위한 장비”를 근로자가 직접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예를 들어 배달 노동자가 직접 오토바이·보험료를 부담하는 것, 방송업계 프리랜서가 개인 장비를 사야만 일을 따낼 수 있는 구조 등입니다.

간택세의 본질은 ‘일할 기회를 빌미로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청년 세대와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크게 겪고 있는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4. 세 가지 세금이 주는 공통된 교훈

급행세, 횃불세, 간택세는 모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질은 하나였습니다.

  • 권력과 자본이 약자에게 비용을 떠넘긴다.
  • 명목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착취다.
  • 사회 구조 속에서 정당한 대가가 왜곡된다.

이 세금들은 조선시대 노동 현실의 부당함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비용 전가 구조’**를 상징합니다.


5. 오늘날 우리의 삶 속 ‘숨은 세금’

오늘날에는 더 이상 이름이 ‘급행세, 횃불세, 간택세’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형태를 바꾸어 여전히 존재합니다.

  • 빠른 서비스, 편리함이라는 명목으로 붙는 각종 수수료
  • 야간근무나 위험노동에 정당하게 지급되지 않는 수당
  • 일자리를 얻기 위해 개인이 선투자해야 하는 교육·자격 비용

결국 이 모든 것은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 기업이 책임져야 할 몫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입니다.


6. 왜 지금 이 이야기가 중요한가?

우리는 흔히 “옛날에는 더 힘들었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식만 달라졌을 뿐 비슷한 착취 구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어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드라마 탁류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과거의 고발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너희 시대의 횃불세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마무리: 어둠 속 횃불 대신, 공정한 보상

급행세, 횃불세, 간택세는 과거의 세금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은유입니다. 더 빠른 속도, 더 편리한 환경,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한다면 그 대가는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진정한 사회의 성숙은 어둠 속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횃불을 쥐어주며 돈을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과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담 전가”가 아닌 공정한 분담입니다. 이것이 탁류 속 세금이 지금도 여전히 의미 있는 이유입니다.